STORY

https://youtu.be/DuMqFknYHBs

Official髭男dism - イエスタデイ

 

지효 씨랑 일 같이 하게 돼서, 사실 너무 기뻤어요. 흑기사 해 주실 때부터 사실... 좀 신경이 쓰였거든요. 제가 술게임 경험도 없고, 계속 걸리고, 지효 씨가 계속 마셔주셨잖아요. 그래서 지효 씨에게 꼭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 보답으로 제가 별다른 건 못 해 드리고... 아, 잠시만요. 이거, 이걸 드리고 싶었어요.

- 이게 뭐예요?

반지예요. 보답으로,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연애 경험도 없어서 미숙한 점들이 많지만 지효 씨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가족이 되고 싶고요. 이런 제 마음... 너무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받아주시겠어요?

- 아, 네... ...... 네?

 


 

여기, 아침부터 기분이 오묘한 채로 출근 준비를 열심히 실행하고 있는 정지효 양이 보인다. 예상치도 못한 꿈 속에서 툭 튀어나온 규혁의 고백 덕에, 정신이 어디 하나 나가빠진 것마냥 멍해지기 시작했다.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잠그며 꿈속 대화를, 아니, 일방적 고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쩌다 이런 꿈을 꾸게 되었나. 대놓고 얼굴에 써 놓은 술과 거리 두기 때문인지, 뭔지.... 숨을 푹 내쉬니 마침내 손에서 빠져나간 셔츠가 보였다. 어딘가 엉성하게 삐뚤거렸다. 목 부근을 매만지고 있으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사태가 일어난 것이 보였다. 지효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거울 가득 들어찼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그래, 인정. 요며칠... 규혁 씨가 신경 쓰이긴 했지. 그런데, 왜 이런 꿈을 꿨지. 고백을... 받기를 바라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아닌데. 답지 않게 시끌거리는 지효의 머릿속이었다. 여러 목소리가 오고 가는 동안, 지효는 지효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신호를 두 번 놓치거나, 매일 똑같이 사원증을 넣어두는 주머니가 아닌 그 옆주머니를 뒤지며 사원증을 찾거나, 전화가 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열리는 옆 문을 내버려 둔 채, 고정문을 한 손으로 멍하게 밀고 있는 지효의 모습이 저 멀리서 걸어오던 규혁의 눈에 들어왔다.

“... 지효 씨?”

규혁의 목소리였다. 지효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이젠 환청까지. 하며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살짝 숙인 지효의 시선에 맞춰, 규혁이 무릎을 숙였다. 고개를 살짝 틀어 숙인 지효의 시선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 규혁이 본 것은,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흠칫거리며 놀란 지효의 얼굴이었다. 지효가 그제서야 규혁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아, 아... 네. 아, 저 부르셨어요?”

“네, 여기서 뭐 하고 계시나 해서요.”

“아. 그... 들어가려고 했어요.”

“아, 그럼 같이 가실래요? 어차피 가는 길도 겹치니까....”

“......... 어, 좋아요.”

 


 

규혁은 사실 눈치채고 있었다. 지효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평소에는 철저하게 실수따위는 본인의 사전에 없다는 듯이 행동하던 사람이, 고정문을 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엘리베이터를 함께 기다리며 규혁은 지효에게 어떠한 말을 건네야 힘이 될까 생각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지효가 겪은 일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멍해질 수 있을까. 규혁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십년 전 짝사랑이 찾아왔다거나, 고백을 받았다거나. 입을 꾹 물고 사유를 고민해댔다. 그러다, 문득 지효의 사랑 소식에 인상을 구기고 있는 본인과 마주하였다. 이번엔 규혁이 흠칫 놀라니, 열린 엘리베이터와 규혁을 번갈아 바라보는 지효가 있었다. 잡생각을 털어내듯 고개를 슬쩍 턴 규혁이 지효를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무엇이 되었든, 지효 씨에게 이건 실례야. 옆에서 많이 도와드려야지. 끼어들지 말고, 궁금해하지도 말고.... 그냥 얌전히.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

“..........”

“그... 지효 씨, 이런 말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내뱉었다. 이상하게 지효 앞에서는 통제가 잘 되지 않는 규혁이었다. 머쓱하게 내뱉은 질문은 지효의 심장을 땅에서 하늘까지 오고 가게 만들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땡그랗게 뜬 눈을 여전히 본인에게 향하고 있는 지효를 보니, 무언가 물으면 안 될 것을 물어버린 것마냥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곧이어 말을 덧붙였다. 아, 아니... 오늘따라 멍하신 것 같아서, 아니 그렇, 멍하다는 게 아니라. 그.... 규혁이 본인이 뱉은 말을 수습하려 횡설수설 말을 이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지효는, 이상하게 머릿속이 환기되는 기분에 휩싸였다. 쓸데없는 고민들을 줄줄이 이어붙인 기분이었다.

“별일은 아니고, 그냥... 규혁 씨가 꿈에 나왔거든요.”

“아, 정말요? 저도 가끔 지효 씨가 꿈에 나와요. 저희, 뭐 했나요?”

“음, 별건 안 했고...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

규혁의 눈을 보며 말을 이어가던 지효가 시선을 쭉 내리다, 그대로 말을 멈춰버렸다. 규혁의 볼에 붙은 까만 먼지가 갑작스레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지효는, 후에 ‘규혁 씨가 제 꿈에 나와서 흑기사 보답으로 반지를 주며 고백했어요.’ 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도 까먹은 채, 그 먼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을 슬쩍 뻗으며 그, 뭘 했냐면요... 라며 말의 꼬리를 이어나갔다. 마침내 손가락이 규혁의 볼에 닿기 시작했다. 지효의 말에 집중하던 규혁이, 볼에 닿는 손가락의 촉감을 느끼고는 지효를 빤히 쳐다보았다. 고개가 스르륵, 지효의 손 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어, 떨어지는 규혁의 머리를 버티기 위해 지효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지효 씨 꿈에서, 이러고 있었을까요?”

규혁이 배시시 웃어보이며 지효의 손에 머리를 기대 보였다. 손가락 끝에 갈색 머리칼들이 잔뜩 느껴졌다. 지효는 삼 초간, 이것도 꿈인가... 하며 생각하다 생생하게 손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온기에 숨을 참기 시작했다. 이 사람, 강아지 같네. 아니, 강아지가 아니라 여우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오고 가는 지효의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규혁의 볼은 더더욱 지효의 손바닥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되니, 규혁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게 아니었나.... 그럼, 손을 잡았을까요?

그와 동시에, 띵! 소리가 들리며 엘리베이터의 도착을 알리는 형식적인 기계음이 엘리베이터 안을 잔뜩 울려댔다. 지효가 놀란 듯 눈을 깜빡거리니, 규혁이 자신의 볼을 버티고 있는 왼손을 살짝 감싸다, 그대로 놓은 채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지효는 꾸벅 내려가는 규혁의 갈색 머리칼을 빤히 쳐다보다, 시뻘개진 귀를 숨길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로 규혁의 인사에 답했다. 고개를 숙이는 지효의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머리칼들을 신경 쓸새도 없이, 그렇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혀버렸다.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꿈보다 더한 것을 받아버린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여우에게 홀려버린 기분이 들었다. 참아가던 숨을 그제서야 몰아쉬니, 엘리베이터 사방에 박혀 있는 거울로 시뻘개진 자신의 귀가 눈에 들어온 지효였다. 얼굴을 쓸어내리며 마른 숨을 내쉬니, 이번엔 얼굴에 열이 오르는 이상한 느낌이 온몸에 들었다. 꿈 얘기는 하지도 못 하였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뭐 이렇게 떨려. 두근거리며 터질 것 같이 반응하는 심장에, 덜덜 떨리는 손을 가져다 대었다. 심장 박동 소리가 손끝으로 전해졌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 사람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어쩌면, 규혁이 본인보다 더 능숙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지효였다.

 


 

“어머, 규혁 씨!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오늘 더웠어? 생각보다 선선했다고 다들 그러던데! 아이고, 얼른 겉옷 내려놔! 베이스만 이십 분을 해야겠고만?”

“아하하, 괜찮아요. 에어컨 앞에 있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시뻘개진 얼굴을 만지작대며 온도를 체크한 규혁이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제멋대로 행동해 버린 것은 아닐까, 싶으면서도 지효의 멍함의 출처가 사랑이라는 것의 불안감과 꿈에 본인이 나와 그러하다는 사실이 맞닿으면서 주체하지 못한 안도감이 뿜어져나온 것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해댔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자신을 부르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달려가는 규혁이었다. 겉옷을 벗어두고, 가까이 다가가니 화들짝 놀라는 스타일리스트가 보였다.

“얘 봐? 야, 너 첫 단추 또 잘못 끼웠네.”

“어, 정말이네요. 아, 몰랐어요.”

“몰라, 이놈아. 너 또 그 뭐냐... 지호 씨? 지효 씨? 본다고 일찍 뛰어나온 거지? 단추도 안 보고... 순애보 나셨네, 순애보 나셨어. 그래서, 고백은 언제 하시게?”

“지효 씨가 충분히, 준비가 되면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매일매일 고민하는 중이에요. 그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니까....”

규혁의 웃음이 여러 조명에 빛났다. 지효는 죽을 때까지 모를 규혁만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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